‘빈곤퇴치 프로젝트’ 패션쇼 여는 디자이너 이광희씨
요즘 패션 디자이너 이광희씨(57)의 머리와 가슴속은 옷이 아니라 망고나무로 가득 차 있다. 이씨는 최근 ‘희망의 망고나무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아프리카에 망고나무 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망고나무에 매료된 동기는 지난 3월, 탤런트 김혜자씨와 함께 아프리카를 방문하면서부터다.
지난 3월 수단을 방문한 이광희씨가 망고나무 묘목을 심은 뒤 난민촌 아이를 안은 채 미소짓고 있다.
“평소 월드비전을 통해 기아 어린이들을 돕는 김혜자 선생님을 존경해 동행했어요. 오랜 내전으로 폐허가 된 아프리카 남부 수단의 난민촌을 방문했는데 21세기에 이런 삶을 사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먹거리와 생필품을 전달한 이씨는 1회성이 아닌 더욱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구호방법을 떠올렸다. 망고나무 심기였다. 다른 식물이 자라기 힘든 수단에서도 망고는 잘 자라는 데다 영양이 풍부하고 수분과 열량도 높아 훌륭한 식량이 되기 때문이다. 피폐한 그곳에 망고나무를 심어주면 식량난도 해결하고 무엇보다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장 여비를 털어 100가구를 위해 100그루의 망고나무를 심었다. 한 그루 값은 15달러 정도. 망고나무는 자라서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100년 동안 열매를 맺는다. 2만~3만원 투자하면 한 가족이 100년 동안 계속해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귀국 후엔 ‘희망의 망고나무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나무 재배와 농작물 관리 등 농업에 관한 교육도 함께 실시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는 과정과 노동의 기쁨을 알려주니 교육적 의미가 크지요. 얼마나 다양한 효과를 보는지 모릅니다. 그때 어떻게 망고나무가 보였는지 지금 생각해도 제가 참 기특해요.”
이씨는 1992년 무의탁 노인을 위한 기금 마련 패션쇼를 시작으로 해마다 패션쇼와 직원들이 만든 장신구 판매로 소년소녀 가장 돕기, 정신지체아 재활시설 후원, 심장병 어린이 시술, 북한 어린이 돕기 등의 자선행사를 펼쳐왔다. “전에는 부지런히 10억원을 저축해 은퇴한 뒤 그 이자로 자선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몸이 아파 누워 있던 어느날 ‘왜 10억원의 이자로 남을 도와야 하나. 적은 돈부터 시작하면 되는데’란 생각이 들더군요. 나무 한 그루로 100년의 희망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요.”
그는 지독한 감기로 말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위한 희망의 망고나무 패션쇼’(27일 서울 하얏트호텔)를 준비하고 있다. 패션쇼 표를 구입하면 수단 땅에는 그만큼 망고나무가 늘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