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빈곤 퇴치 작은걸음, 망고나무 키우는데 큰 보람
ㆍ아프리카 구호 전문가로 변신한 디자이너 이광희씨
남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와 이씨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톤즈의 빈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망고나무를 심는 ‘희망의 망고나무(희망고)’ 사단법인을 설립해 지속적인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이씨를 지난 28일 남산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올해는 그가 톤즈에 망고나무를 심은 지 7년이 되는 해로 첫 열매를 맺게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는 톤즈를 처음 방문했던 때를 떠올리며 “그때만 해도 ‘구경꾼’이었다”고 했다. 톤즈가 있는 남수단은 2011년 7월 수단에서 독립했지만 2014년 ‘취약국가지수’ 1위를 기록할 만큼 열악한 곳이다. 이씨는 ‘희망을 잃어버린 땅’ 톤즈에 ‘희망’을 심고 있다. ‘혼자 힘닿는 데까지’ 하려고 시작한 일이 커져 지금까지 톤즈에 4만여그루의 망고나무를 심었다. 2011년 남수단 정부로부터 국제 NGO 인가를 받았고, 주정부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1만평의 땅에 복합교육문화센터 ‘희망고 빌리지’ 건설 사업도 하고 있다.
“엄마가 바느질하면서 돈을 벌고 아버지는 망고나무를 관리하고 아이들은 부모 곁에서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는 ‘공공장소’가 필요하다고 톤즈 주정부에 제안했는데 주정부가 기꺼이 땅을 내준 것이지요.” 이씨는 “처음엔 여성들을 위한 직업센터만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엄마들이 자립하면 아이들, 그리고 한 가정이 살아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희망고 빌리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NGO들이 초등학교를 짓는 것과 달리 유치원을 먼저 지었다. 유치원 졸업생 배출에 맞춰 지난해에는 초등학교도 세웠다. 올해는 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톤즈 사람들은 이씨를 ‘마마리’로 부른다. 그동안 이씨가 보여준 태도에 주민들과 남수단 주정부가 공감한 덕분이다. 그는 “7년을 계속해올 수 있었던 것은 신뢰와 관심 때문”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상위 1%가 선호하는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화려할 것만 같은 그의 이런 행보가 새삼스럽지만은 않다. 그의 아버지는 ‘해남등대원’을 운영했던 고 이준묵 목사이고, 간호사 출신인 어머니는 평생을 남편과 더불어 고아와 병자들을 뒷바라지하며 살았다.
“톤즈는 한국전쟁 이후 전쟁고아들이 많았던 해남의 땅끝마을 같았어요. 만약 저희 어머니가 이곳의 아이들을 보았다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생각하니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나더군요.” 이씨는 “톤즈 사람들보다 가진 게 많은데 외면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희망고 프로젝트에는 뜻을 함께 모은 이들도 많다. 다음달 1일에는 가수 조영남씨 등이 참여하는 ‘희망고 나눔 콘서트’도 열린다. 수익금은 전액 희망고 재단에 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