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뷰티풀 라이 (The Good Lie)
제작연도 2014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10분
장르 드라마
감독 필립 팔라르도
출연 리즈 위더스푼, 아놀드 오셍, 게르 두아니, 엠마뉴엘 잘
개봉 2015년 3월 26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2011년도 작 <라자르 선생님>은 캐나다 감독 필립 팔라르도의 인지도를 단숨에 높인 수작이다. 알제리에서 가족을 잃고 캐나다로 망명 온 중년남 ‘바시르 라자르’는 몬트리올의 한 초등학교에 대체교사로 자원한다. 얼마 전 학교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교사를 구하기 힘들었던 교장은 궁여지책으로 그를 채용하지만, 다른 문화권의 괴리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 라자르와 아이들이 제각각 품고 있던 아픔들이 마주하며 불거지는 마찰은 뜻밖의 문제들을 야기한다.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강렬하고 도발적인 설정으로 시작하는 <라자르 선생님>은 오직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나 타지에 정착하려는 라자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한 인물의 내면과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선진교육이라는 미명하에 나날이 무너지고 있는 교권과 이로 인해 감성이 아니라 이성만을 교육으로 강요받아야만 하는 아이들의 서글픈 현실, 편협한 관료주의와 폭력적 이기주의까지 현대 문명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폭넓게 아우르며 녹여낸다.

그래서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뷰티풀 라이>의 감독으로 필립 팔라르도를 낙점한 것은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 작품 역시 이야기의 정면에 정치 망명자를 배치하고 있지만 단순히 그들의 역사나 배경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재의 모습과 그들의 눈을 통해 비춰지는 소위 선진 자본주의의 자만과 불합리까지 폭넓게 들춰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메르(아놀드 오셍 분), 예레미아(게르 두아니 분), 폴(엠마뉴엘 잘 분), 아비탈은 수단 내전으로 부모를 잃고 반군과 아랍계 군인들의 횡포를 피해 국경을 넘기 위해 길을 나선 소위 ‘잃어버린 아이들’이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케냐의 난민촌에 도착하지만, 새로운 터전으로 가기 위해 다시 13년이란 긴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결국 미국에 정착할 기회를 얻은 네 사람이지만 여동생 아비탈과는 생이별을 하게 되고 낯설고 각박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애초 소재의 녹록잖은 무게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살기 위해 처절한 도피 길에 오른 아이들의 안쓰러운 모습부터, 장성해 망명하지만 철저한 이방인으로서 소외되고 적응하기 위해 발버둥치기까지의 방대한 시간과 사건들을 모두 다 포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비해 작품의 감정선은 격양되기보다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된다. 심지어 웃음을 유발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분위기의 발현이 아픔을 따뜻하게 감싸안으려는 관조의 노력인지, 할리우드 상업주의의 경박스런 기교인지는 섣불리 규정할 수 없지만, 관객들의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시키는 데는 효과적인 듯하다. 아울러 관객들의 호불호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이기도 하다.

작품의 특별한 의미를 위해 대부분의 배우들은 실제 ‘잃어버린 아이들’이나 그들을 부모로 둔 아동들이 캐스팅됐다. 이렇다 보니 관객들에게 친숙한 배우는 직업상담사 캐리 역을 맡은 리즈 위더스푼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모델 활동을 시작해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꾸준하고 내실 있는 경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녀는 얼마 전 개봉했던 <와일드>를 통해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도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내는 인상적 연기를 보여준다

2015.03.27   by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