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광희 (18) 망고 열매가 열리기까지 7년… 경제적 자립 도와

꾸준히 봉사하는 모습에 군수 신뢰 얻어 무상으로 땅 제공 받아 NGO 인증 받고 ‘희망고 빌리지’ 완공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35262&code=23111513&cp=nv

이광희 디자이너로부터 재봉 기술을 배운 톤즈 주민들이 2013년 4월 ‘희망고 마을 축제’에서 직접 만든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축제는 2010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남수단 톤즈를 ‘나의 시간’이 아닌 ‘하나님의 시간’으로 바라보니 톤즈의 주민들은 나의 형제요 자매였다. 망고나무를 심어주는 데서 나아가 그들의 심부름꾼이 되기로 했다.

2011년 8월 큰아들과 톤즈를 다시 찾았다. 남수단이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톤즈 군수를 만난 자리에서 나는 NGO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묘목인 망고나무가 자라 열매 맺기까지 걸리는 시간, 7년을 위해서였다. 망고 열매가 열리기 전까지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싶었다. 희망고의 설립이유가 ‘엄마의 마음’인 것처럼 초점도 톤즈의 아이들이 아닌 엄마에 맞췄다. 엄마 한 명이 자립하면 아이 열 명을 먹여 살릴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군수에게 “당신과 내가 가족 같은 마음으로 시스터와 브라더라고 생각하고 믿는다면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나도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군수도 “좋다. 지난 3년간 마마 리는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켰다”는 말로 화답했다. 마마 리(Mama Lee)는 톤즈에서 나를 부르는 호칭이었다.

사실 2009년 나를 처음 만났을 당시 군수는 톤즈를 돕겠다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도움을 주겠다며 찾아온 외부인 중 다시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니 나 역시 그럴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3년간 나는 망고나무 묘목을 들고 꾸준히 톤즈를 찾았다. 실과 바늘도 부족한 그곳에서 여성 주민들에게 옷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망고나무 심는 날엔 함께 음식을 준비하며 ‘희망고 마을 축제’도 열었다. 축제에선 ‘서머 톤즈 룩’이라는 패션쇼도 열었다. 트럭 짐칸 위에 마련한 간이 무대였지만, 그들이 직접 만든 의상에 톤즈 사람들은 환호했다.

군수가 신뢰를 보여주자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무리한 요구라는 걸 알면서도 “오늘 중 땅을 결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NGO 허가를 받으려면 당장 토지가 필요한데 내일이면 나는 한국으로 떠나야 해서다.

군수가 바로 땅을 보러 가자고 했고 우리 아들이 동행했다. 그날 저녁 아들이 토지서류를 흔들며 나에게 뛰어왔다. 1만평의 땅을 무상으로 제공해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톤즈에서 구호단체는 물론 개인에게 이런 큰 땅을 허가하기는 처음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 소중한 땅에 ‘희망고 빌리지’를 세우기로 했다. 엄마들은 재봉과 미용기술 등을 배우고 아이들은 바로 옆 탁아소에서 놀고 아버지는 작업장에서 의자나 침대 등 가구를 만드는 곳, 그곳이 바로 희망고 빌리지였다.

2011년 10월 우리나라 단체로는 처음으로 국제NGO 인증을 받았다. 그리고 1년 뒤 희망고 빌리지가 완공됐다. 아이들은 유치원과 학교에 엄마가 만든 교복을 입고 등교해 목공 기술을 배운 아빠가 만든 책걸상에 앉았다.

희망고를 사단법인으로 등록할 때 외교통상부 담당 국장으로 만났던 조대식 전 리비아 대사는 국제NGO로 발돋움한 것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20년간 사람들 겉모습에 아름다움을 채웠고 이제는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채워주시네요. 한결같이 아름다움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시는군요”라는 그의 격려에 내 가슴은 불이 붙은 듯 뜨거워졌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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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7   by 관리자